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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상담] 12년 만난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네요.


"제 고민을 들어주세요."



올해 30살인 직장인 여자 입니다.


저는 현재 남자친구와 12년째 사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가 실업계 남녀공학이라 자연스럽게 같은 반이 되고 같이 조를 이루면서 활동하는게 많다 보니까 우연찮게 사귀게 된게 어언 12년이 되었네요.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보통 실업계는 취업을 먼저 보내는데 저는 공장 사무실 경리로 취업을 나갔고요. 


남자친구는 집안이 좀 괜찮아서 실업계지만 공대로 진학을 했습니다.


저도 내심 대학 진학을 하고 싶었고 수능도 쳤지만 점수는 그런대로 진학이 가능 했지만 저희 집안 형편 상 동생도 있고 부모님도 빚이 많으셔서 제 대학 진학은 무리였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진학을 포기하고 수능을 치루고 아는 언니 소개로 졸업 후 취업을 나갔습니다.


근데 보통 친구들 말이 대학을 가게 되면 남자나 여자나 헤어지게 된다고 그 전에 정리를 하는게 맞다고 해도 저는 계속 그 친구를 믿었어요. 


저에게 잘 해줬고 또 저를 많이 배려하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마음 편히 계속 사겼었고 또 그 친구도 저에게 의심 받을 행동은 그 당시에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23살이 되던 해에 그 친구가 군 입대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 기다려 줄 수 있겠냐 묻더라고요.


저는 생각할 여지 없이 그 친구를 믿고 있었기에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부산에 살면서 경기도 화성까지 면회도 수십차례 가면서 그 친구에게 정성스레 도시락과 편지도 주고 그랬어요.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며 그 친구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갔었답니다.


그 친구가 후에 말하기를 선임과 후임이 많이 부러워 했다고 하더라고요. 


연차를 내면서 갔는지라 회사 눈치도 보였고요.


잠시 동안 오는 휴가도 그 친구를 위해 연차 내면서 그 친구 옆에 있어줬고요.


사실 저도 그 긴 시간동안 고백도 받아보고 또 혹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다만 정신 차리고 힘들게 훈련 받을 그 친구를 생각하니 그러지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전역때까지 하염없이 정말 그 친구를 기다리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전역하고 그 친구는 재학을 했고요.



근데 그 친구 부모님이 갑자기 사업이 잘 안 되어서 기숙사 비, 대학 등록금, 생활비가 뚝 끊겨 그 친구도 알바를 하지만 많이 힘든 시기가 왔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저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돈을 직접적으로 달라고 하지 않았어도 회사 다니면서 모은 청약 예금을 깨서 그 친구를 지원을 했었습니다. 


일단 사람을 살리고 보자 이 생각으로 그랬던 것 같아요. 


당연히 저는 부모님께 엄청 혼났습니다.


남자에 미쳐 네 모든 것을 다 퍼준다는 소리까지 들었고요. 


근데 저는 모든걸 퍼줄만큼 그 친구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친구도 저에게 금전적으로 제가 힘들때 생활비도 주고 이것 저것 해줬거든요.


그래서 그 고마움에 청약 예금을 깨서 그랬던거고요.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짓 일수도 있지만 그 친구 그때 자살하고 싶단 소리를 입 버릇처럼 해서 제가 도울 일은 이거밖엔 없었어요.


그래서 무사히 대학교 졸업을 하고 그 친구도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서 좋은 직장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 부모님도 개인 회생 처리를 잘 하셔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계속 다니던 직장에서 주임에서 대리로 승진도 했고요.


그리고 오래 사귄 만큼 결혼도 서로 생각할 사이가 됬었기에 그 친구가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고요.


저도 이 친구와 결혼을 염두했고 좋다고 승낙하고 올해 6월 양가 부모님과 상견례도 마쳤습니다. 


저희 집은 비록 비루하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부모님 두분이 장사 하시면서 집도 마련 하셨고 자식에게 손 벌리거나 그러시진 않으십니다. 


사치 같은것도 없으셔서 예전에 산 정장을 아직도 두분은 입으십니다.


어머니도 그 흔한 금반지나 귀걸이도 없으시고 제가 결혼 기념일때 사드린 진주 목걸이만 있으세요.


그만큼 검소하게 사셨습니다.


상견례를 마치고 나서 서로 기분좋게 마무리 했는데요.


근데 상견례 후 부터 그 친구가 이상해졌습니다. 


자주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그랬는데 출장도 가고 또 피곤하다는 이유로 저에게 좀 거리를 두는게 느껴졌어요.


저는 느끼긴 했지만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그 친구가 일주일이 넘도록 연락도 안되고 제가 연락이 안되는거에 화를 내니 도리어 집착 좀 하지마라, 바쁘니 그렇다 이런 소리를 했고요.


그래서 서로 잠시 거리를 두자고 제가 먼저 얘기했어요. 헤어지는게 아니고 한 2주만 시간을 갖자는 식으로 말예요.


그리고 오늘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결혼이란게 두 집안을 보는데 우리 부모님이 너네 집안을 보니까 너무 격이 맞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또 자기도 결혼은 신중히 하고 싶다네요. 


너무 벙쪄서 아직 읽고 답을 못 하고 부모님께 말도 못 드렸습니다. 


12년이란 긴 시간이 변기통에 흘러가는 물 처럼 송두리째 떠내려 가게 됬습니다. 


진심으로 힘들고 잠도 지금 오지 않아 끄적여 봅니다.


정말 헤어지기 싫고 결혼 하고 싶어요. 근데 격이 맞지 않는다는 그 말이 가슴과 머리에서 계속 되내입니다. 


너무 상처를 깊게 받았어요.


과연 얘 생각일지 정말 그 쪽 부모님의 생각이실지 궁금하고요. 저 어떡하면 좋을까요?


너무 괴로워서 미칠거 같습니다. 제 친구에게 조언을 얻기도 너무 쪽팔려서 말 못하겠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차근 차근 조언을 해드릴께요."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에 놓이셨네요. 


확실한 건 여기서 매달리시면 남자친구 분은 더 멀리 떠날거에요.


깔끔하게 헤어지고 본인생활에 집중하시다 보면 분명 몇 달 뒤 연락 올겁니다.


하지만 이미 상처받은마음이라 그 때가 되면 본인이 싫을거니까 지금 현재는 연락하지 마시고 죽기살기로 버티세요.


사람이란게 정말 간사합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남자친구 부모님보다도 남자친구 자체가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한 건 현재로써는 마음이 떠났을지 몰라도 반드시 고민녀 분이 생각나고 연락이 오게 될거에요.


사람은 바꿔쓰는거 아니라고들 얘기합니다.


12년의 정과 의리를 배신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다시 돌아왔을 때 반겨줄 가치가 있을지부터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선은 당장 누구보다 힘드시겠지만 반드시 지금의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극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