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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story

<PD수첩> 보이스 피싱의 내부자들










지난 2019년에는 청년 체감실업률이 무려 22.9%에 달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였다고 하는데요.


구직 시장의 차디찬 한파와 함께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꽤나 달콤한 유혹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한국어만 할 줄 안다면 기본 월 600만원은 무조건 보장된다는 신의 직장이였는데요.


그 곳은 과연 어디인걸까요?


면접을 보는 곳에서는 한 사무실에서만 한 달 매출 14억 나오고 가나다라마바사만 할 줄 알면 월 600만원은 벌어간다며 청년 구직자들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한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는 주 5일 근무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등을 내세운 텔레마케터 구인 광고가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었는데요.


지원 자격은 해외여행 결격 사유가 없는 성인 남녀여야만 할 뿐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20대와 30대 취업준비생들을 표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타지로 떠난 청년들이 마주한 고수익 해외 취업 실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놀랍게도 보이스 피싱 조직이였습니다.


보이스 피싱 조직에 끌려들어갔다가 중국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한 20대 A씨를 PD 수첩에서 어렵게 만났다고 합니다.







불법이기는 하지만 이왕 중국까지 갔기 때문에 눈 한 번 딱 감고 1년만 있으면 부자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A씨는 보이스 피싱이 돈을 잘 벌 수 밖에 없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 영업 비밀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는데요.


중국은 보이스 피싱 총책 등 상부 조직원이 활동하는 주요 근거지로 이미 꽤나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고수익이라는 꼬임에 빠져 중국으로 간 대한민국 청년들은 그 곳에서 강제로 여권을 빼앗기고 구금을 당한 상태에서 범죄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뒤늦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지막지한 구타와 폭력 뿐이라는 그 곳.


심지어 끓은 커피포트 물로 온 몸을 지지는 등의 인간으로써 할 수 없는 잔악한 행동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범죄자의 신세로 감옥에 가게 된다는 이야기는 듣는 제작진들조차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심각한 취업난에 고수익이라는 미끼를 한 순간에 물어보린 이유로 평생 돌이킬 수 없는 멍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보이스 피싱 수법은 과거와 다르게 검찰,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단계로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검사들의 신분증을 위조하는 것도 모자라 체포영장, 압수수색영장 등의 위조문서를 휴대폰으로 전송한 다음 전화를 하는 방법을 실제로 당하게 되면 그 누구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국가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범인들의 수법에 당했다는 것은 얼마나 치밀하고 계획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인까지 들어간 공문을 만들어서 보이스피싱에 활용하는 대담한 수법도 등장했는데요.


이들은 불법적으로 입수한 전화번호, 계좌 정보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갖고 정확하게 피해자들을 겨냥하여 보이스 피싱을 하고 있었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은 해외 보이스 피싱 조직이 중국 중심에서 서서히 필리핀으로 무게중심을 분산하는 것을 파악했다고 하는데요.


위안화에서 필리핀 화폐로 범죄 수익을 전환함으로써 추적을 어렵게 하고, 공안이 지배하는 중국보다 필리핀이 상대적으로 추적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필리핀에서 이들이 보이스 피싱을 하는 거점은 불법을 저지른 외국인을 구금하는 외국인 수용소였습니다.


일종의 교도소에서 버젓이 보이스 피싱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였습니다.


2019년에 집계된 전화금융사기 피해액만 해도 무려 6,396억 원.


걷잡을 수 없이 대담하고 교활해지는 보이스 피싱 범죄에 언제까지 당해야만 하는걸까요?


줄기가 아닌 뿌리를 제대로 쳐내서 금융 피해를 받는 사람들과 고수익이란 미끼에 낚여 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려버리는 청년들의 아픔을 더 이상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