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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story

<궁금한 이야기 Y> 순창 보이스피싱 피해자 자살 사건









지난달,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2일에 발생한 일입니다.


순창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는 29살 청년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몸을 던졌다고 합니다.


그 29살 청년은 바로 이직을 준비하면서 도시로 갈 꿈에 부풀어 있었던 선우(가명)씨였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열심히 모은 돈으로 생애 첫차를 구매해 애지중지했다는 선우 씨.


그러다 보니 갑작스레 찾아온 선우 씨의 자살에 선우 씨 어머니와 동생은 선우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선우씨 책상에 놓인 의문의 쪽지를 발견하면서 선우 씨가 왜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쪽지에는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을 확인해달라고 적어 놓은 선우씨가 남긴 마지막 유서였습니다.


부랴부랴 선우 씨의 휴대전화 메모장을 확인한 선우 씨 어머니와 동생은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유서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는 억울한 피해자 입니다.


저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연락받은 최민경 일당 금융범죄 공모단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니며 억울하고 선량한 피해자 입니다.


소극적이고 조심성없는 성격이라 긴장하면 인지와 이해를 잘 못해 협조조사 중 본의 아닌 실수를 했습니다 특히 조사 과정 중 육체적, 정신적 긴장 및 피로와 압박감을 느껴 더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피해입게된 주의사항은 '제가 통화 중 전화를 끊어두고 검사님의 3번의 연락을 못 받아' 공무집행방해죄를 받은 것 입니다.


이 경우 본인이 사건의 피해자 일지라도 수사의 진행을 방해하였다는 이유 입니다.


마지막 전화통화 과정 중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범인을 잡고나서 원래대로 망에 맞게 돌려놓기 위해 제 휴대폰 전원을 끄고 지시한 시간에 켜야하는 내용인데 거기서 제가 먼저 통화를 끊은 겁니다.


"전화 끄세요!" 라는 검사님의 마지막 말을 듣고 통화 중 바로 전원을 끄는 것 이라고 이해해 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시했던 시간에 전원을 켰습니다.


이건 녹취를 자세히 듣고 나서 전화종료 후 끄라는 것에 대해서 언급한게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당시엔 그 부분이 명확히 안 들렸고 마지막 말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으며, 통화종료가 아닌 통화 중이라도 내용이 끝나면 제가 전원을 꺼놓아도 되는 걸로 알았습니다.


주의사항은 조사 중 통화에 대해서 조사자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 '조사자가 통화를 끊을시 검사님이 3번의 전화를 하고 그걸 받는 것' 인데 제가 진행해야 하는 내용에 초점을 잡고 집중하느라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원을 끈 상태로 14분간 유지하는거라 그 사이에 3번의 연락을 받지 못 했습니다.


한 순간에 전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이하 징역과 3천만원의 벌금을 내야하고 공개수배에 등록되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런 리스크가 있는 사항 때문에 혹여 정신없는 상황에서 경험없고 강제로 온 선량한 협조조사자들이 순간 잘못하여 제2의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구분을 피해자 본인이 직접 증명하는 과정에서 주의사항도 많도 행동제약 등 부담이 매우 크기도 하며, 조사방식에 압수수색영장 발령을 통한 것과 임의협조조사가 있어 고를 수 있다지만 둘 다 국민을 너무 강제하고 힘들게 하며, 범죄자를 가리는 도구로 쓰는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그 날 저는 계속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에 도움을 주었고 또 도움이 되었으나 결국 이런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지극히 평범할 줄 알았던 인생이 한 순간 실수로 이렇게 되네요.


제가 사건의 관련자가 아니었다면 평범히 살았을텐데요...


제가 유서를 쓰는 본 목적은 공무집행방해죄를 얻게된 이러한 상황이 있었고 고의가 아니며, 범죄를 옹호하지 않고 협조하려 했던 선량한 피해자 였단 걸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동생 ○○아 잘 있어.


나 없는 건 크게 생각하지마요.


원래대로 행복하게 사세요.


그래야 제가 편할 것 같아요.


당장은 슬프겠지만 한 순간 지나가는 거라고 여기면 좋을 것 같아요.


된다면 제가 꿈에 나올게요.


이러면 낫겠죠?


장례식은 간소하게 해주세요.


이런 일로 불편드리고 싶지 않아요.


다가 오는 설날에 이런 소식이라 너무 죄송하네요.


주위 주민분들 죄송하고 지인 가족 친척 친구분들 미안하고, 우울해하지 말고 원래처럼 일상생활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억울하게 또는 선량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불행을 얻지 않길 바랍니다.


저의 휴대폰에 조사 통화녹취기록이 3개 ***-***-*** 번호로 있습니다.


길이는 각각 07:10:45 / 00:37:31 / 03:06:17 이며 서울지방검찰청에도 녹취기록이 있습니다.


제 물품은 마포구(○○동) 주민센터입구 오른쪽에 여성안심보관함24번에 있습니다.


혹시나 제가 잡힐까 하는 두려움에 가져오지 못했는데 챙겨올걸 그랬네요....



유서를 본 가족들은 그가 범죄 사건에 연루될 이유가 없다며 그의 죽음을 더욱 의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상한 점은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사망하기 전 무려 11시간이나 통화한 상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대체 누구였을까요?


모두 3차례, 선우씨와 반나절을 통화한 이는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선우씨의 카드 내역을 통해 그가 통화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됩니다.


집 근처 은행에서 또 다른 은행으로, 은행 3곳을 들른 선우씨는 400여만 원을 인출해 기차를 타고 홀로 서울까지 올라갔습니다.


모두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정황이었는데요.










선우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한지도 모른 채 이런 안타까운 유서만 남기고 이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두렵게 했던 것일까요?


보통 이런 경우 어리숙했다고만 쉽게들 판단할 수 있지만 한국경제신문 인용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년에 약 2만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을 모두 그저 운이 없었다, 어리석었다 말할 수 있는걸까요?


부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생기지 않도록 보이스 피싱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예방 교육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됩니다.